2017 인문학 수업 독후감 - 한국 사람 만들기
[essay] 4 min read
한국 사람은 지피(知彼)면 지기(知己)
고대 중국의 병법서에 나오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명언은 우리나라를 둘러싼 ‘적들’ 이 즐비한 과거의 국가 대치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청나라와 일본이 조선을 먹으려 했던 청일전쟁, 러시아와 일본이 조선을 먹으려 했던 러일전쟁, 미국과 소련,중국 (공산권)이 한국을 자기 편으로 만드려 했던 한국전쟁 등등에서 우리나라 주변국인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가 한국을 자신의 휘하에 놓기 위한 역사를 확인할 수 있듯이, 사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가들은 한국인의 안위를 위협하는 국민의 ‘적’ 이었던 적이 많으며 지금 우리의 주적인 북한을 제외한 주변 국가라 하더라도 그들의 정체성을 ‘적’으로 규정하는 사람은 존재하는 편이다. 반면 주변국들이 한국을 쥐고 흔들려 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근현대사에서 패권을 쥐는 능력은 매우 뛰어났던 시기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의 ‘주요 국가’ 로 군림한 적이 있는 강대국이다. 그 때문에 주변 국가가 한국을 점령하고 일으킨 격동에서 특정 강대국을 ‘친구로 두면 좋다’고 생각하거나 그들이 알게 모르게 끼치는 이익에 취해 ‘구세주’ 로 부르는 경우도 있고, 그들의 논리와 주장에 수긍하는 일명 ‘친X파’ 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세계사를 배울 때 대다수가 가장 꿀잼이라 인정하는 근현대사에서 주인공이 되어보거나, 최소한 자주 국가로 존재했던 시기도 짧을뿐더러 오히려 주인공을 맡은 국가들에 한 번씩은 휩쓸려 본 우리나라기에, 수백 년간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을 조선 시대의 정체성은 강대국의 숨결 아래 녹아 버리고 어떤 국가를 따라야 한다고 인위적으로 제창한 ‘친X파’ 같은 한국 사람의 정체성이 한국을 이끌어 가는 한국 사람의 담론의 중심이 되었다. 이를 두고 거부감을 느낄 이유가 충분한 사람들을 (아마도 PC 통신 유머의 ‘아시아 사람 종특’ 같은 걸 연재할 법한) ‘민족주의파’ 라고 규정한다면, 한국 사람의 정체성은 작가가 요약한 다섯 가지로 추려질 수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한국 사람의 자주성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약간 과장해서 사대주의적인 이런 구분 방식이 사실이라면 조선의 반을 이루는 북한이 왜 망한 국가가 되었는지도 이해가 간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짓거리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친X파’ 여러 명이 시류를 잘못 읽고 계를 잘못 타면 원래의 강대국 X국가와는 완전히 다른 본국의 상황과 강대국 X국이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을 완전히 잘못 이해해 근거 없는 자신감과 X국에 대한 이유 없는 충심으로 국가 전체를 자멸하도록 만드는 것은 그다지 희박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친X파’ 가 득세했겠는가. 중국의 마오쩌둥이 소련의 농업국에서 선진 공업국으로의 탈바꿈을 보고 5개년 계획을 벤치마킹한 ‘대약진 운동’을 꾸민 것도 당시 중국을 이끌던 리더들이 ‘공산주의자’ 였을 뿐만 아니라 ‘친러파’ 였음을 짐작하게 해 준다. 그러나 ‘대약진 운동’은 완전한 실패였고, 3000만~5000만 명이 기근으로 사망했다는 짐작이 있을 정도로 끔찍한 재앙을 초래했다.
‘조선 사람’ 과 ‘친중 위정척사파’를 다룬 책을 읽어 보면서, 조선의 ‘민족성’ 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건국 이념’ 이며 당시 대국 취급받았던 명과 그 이전 송, 원의 영향도 컸음을 실감했다. 이는 다른 국가의 ‘국민성’을 이야기할 때 따지는 조건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버트런드 러셀이 에세이로 반박하기도 한 ‘섬나라 (insular) 기질’ 이나 먼나라 이웃날에 등장한 ‘기후 차이로 인한 북유럽과 남유럽의 가족애(愛) 차이 등의 통용된 이야기에서 사람들은 ‘민족성’을 지리, 정확히는 물리적 지리와 뗄 수 없는 관계로 인식하곤 한다. 한나라를 닮아 철저한 조직 사회였던 조선에서 왕의 권력 유지 정당성을 받쳐 주는 ‘건국 이념’ 이 중요한 것은 그렇다 쳐도 (국민성이 미식가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풍족한 식사를 권장한 ‘앙리 4세’를 볼 때 한국만의 요소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 국민성이 ‘대국’ 의 영향을 받은 건 영국에서 떨어져 나온 미국 정도를 빼면 선진국 중에서 쉬이 생각되지는 않는다. 식민지 생활을 한 개발도상국 중엔 이런 경우가 많을까. 그렇다면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건 대단한 기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반대로 ‘대국’ 이 철학적으로 번영해 그 국가의 이념 중 하나를 건국 이념을 삼은 경우를 생각하면 대부분의 서방 선진국이 로마의 후예로 불리는 경우만 보아도 굉장히 흔한 경우가 아닌가. 그리고 자유, 평등, 박애는 모든 국가의 건국 이념에 들어가 있고 말이다. 만약 그런 국가 중 하나가 모두에게 이러한 개념을 주입하는 북한 같은 전체주의 사회였다면 이것도 ‘국민성’의 하나로 자리잡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한국도 ‘민족성’ 에 지리가 큰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그것이 물리적 지리 (Physical geography)가 아닌 정치 지리 (political geography) 나 인접 국가와의 외교 관계에서 왔다는 것은 한국인으로 이루어진 한국 사회에 잘 스며들기 위해서라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기도 하고, 한편 인접국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았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근현대사에서 한국에 영향을 준 국가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즉 ‘어쩌면 적’인 국가들을 자세히 알아보면 ‘어쩌면 한국인의 정체성’ 일 것들을 확실히 알 수 있지 않을까. 즉 ‘지피지기’에서 ‘지기’를 위해 ‘지피’ 해야 한다면 어떨까. 확실히, 전문성 있는 사람들이 만드는 ‘적을 아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이 ‘지피’까지 파고들어 주진 못하는 교양 서적이지만, ‘지피’를 위한 서적이 나온다면 그것이 큰 광풍을 몰고 올 수 있을 때에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깨어 있다’ 고 비로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국의 역사를 알지 못할 때 한국인의 겉핥기식인 자국 사회 진단은 자신의 사회에 대한 주체적 인식이 부족한 한국인을 만들어 서로 엇갈리는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할 생각을 하지 않고 모두 각자의 의견만을 제창하는 ‘닫힌 소통의 사회’를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도 나는 한국 사회를 한국인이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주변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어린 나이로써는 시기상조이거나,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지피’의 중요성을 느낀 지금 이러한 서적의 탐독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분류:3C2_독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