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인문학 수업 - 중간고사 에세이
[essay] 4 min read
세대 차이가 뭡니까?
아버지는 목포에서 태어나셨다. 당신께서 상경하시던 날, 홀어머니는 서울로 떠나는 기차를 향해 애타는 듯이 손을 흔드셨다고 한다. 아버지도 낯선 마을에서 마음을 의존할 데가 어머니밖에 없었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병까지 겹친 아버지는, 한동안 공중전화 부스 앞에 50원짜리 동전을 수북이 쌓아 놓고 산더미 같던 동전이 몽땅 사라질 때까지 전화를 하던 일이 잦으셨다고 한다. 내가 대전으로 온 2017년에는 그럴 일이 없다. 애초에 경제적, 기술적 상황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가족이 보고 싶을 때 사용할 메신저가 주머니 안에 있고 고속열차를 통한 ‘시간적 거리’ 가 훨씬 좁아진 지금 향수병이 생기는 이유는 차라리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에 심적으로 지쳐서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을 것이다.
아버지와 나는 확실히 다른 시대를 살았다. 이것을 세대라고 한다. 그러나 ‘세대 차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아버지는 공중전화 앞에서 동전을 썼고 나는 스마트폰으로 대화하는 차이를 의미하지 않음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세대 차이는 세대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개념이며 세대 간의 익숙지 않음과 몰이해가 수반될 때 그 의미가 확연히 드러나는 단어이다. 그렇기에 세대 차이는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나 그로 인한 돈의 소비 방식, 서로 간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이 주요 원인/결과로 발생하며 그 원인과 결과를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한편 세대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부모-자식 간의 대화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부모님은 자식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놓지 않기 때문에 나와의 대화에서 ‘세대 갈등’으로 불리울 이야기가 오간 적은 기억에 없다. 하지만 맨 앞에 소개한 일화나 외할머니가 아들을 낳을 때까지 우리 엄마를 포함한 딸을 몇 명을 낳으셨는지 생각해보면 (자그마치 4명이다) 외할머니가 가정을 이루고 살 때, 즉 엄마가 학생이었을 때의 시대상과 외할머니 세대의 가치관이 지나치게 전근대적이라고 생각된 적은 있었다.
어머니는 나의 대화에서 세대 차이를 느낀 적이 있냐는 물음엔 ‘귀한 줄 모르고 물건을 자주 잃어 버리는 너의 모습에서 형제 자매들과 뭐든지 나눠 써야 했기에 크레파스 연필 우산 등을 아껴 썼던 나와의 차이를 느낀다’ 고 답하셨는데, 이는 내가 특별히 새 물건이나 소비를 좋아해서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의식에만 한해 이야기해보면 국민소득증가라는 한국 사회 지난 60년간 최대의 업적 중 하나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가난했던 부모님 세대와 풍족한 자녀 세대 간의 몰이해는 한국에서 세대 차이의 원인으로 가장 크게 지목되는 것 중 하나지만, 사실 어머니께서도 내가 물건을 심히 잘 잃어버리는 것은 소득 증가로 물건에 대한 애착이 떨어져서라는 것을 잘 알고 계시기에 이렇게 말씀하신 것 같았다.
반면 아버지는 세대 차이의 원인이 같은 제도권 아래 같은 시절 (즉 같은 환경 때문에) 같은 경험을 공유한 나이대끼리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면서 다른 세대에 대한 상대적 몰이해를 낳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찾아보니 이것은 ‘출생동기집단효과’ 라고 불렸고, 기막히게도 아버지는 386세대였다. 이제는 586이겠지만. 데모를 하다 끌려간 적이 있다는 아버지는 80년대에 대학생의 8~90%는 데모를 한 적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지금은 50대가 된 386세대는 19대 대선에서 50대 득표율 1위가 문재인이라는 결과를 낳았으며, 60대 이상이 반공교육의 영향에 비교적 가까이 있고 40대는 X세대였다는 점을 생각할 때 40대의 문재인 득표율이 높고 60대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높음은 최소한 정치 성향에서만큼은 ‘출생동기집단효과’ 가 작용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서로 간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이질감’ 이 세대 차이의 원인이라고 생각할 때 의외로 같은 세대 간에도 그런 현상을 느낄 수 있음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예를 들어 내가 15살일 때의 이야기를 하겠다. 우리 중학교에서 가장 공부를 잘 하는 남자아이 중 한 명인 학생이, 당시 10대 사이의 이야깃거리였던 ‘일간베스트 저장소’를 한다는 거의 기정사실인 소문이 돌았었다. 부모님들의 귀에도 들린 모양인지 어느 날 엄마는 ‘왜 노무현을 잘 기억하지도 못할 젊은 세대가 이렇게 노무현 대통령을 욕하는 합성물을 가지고 노는 건지 모르겠다’ 는 취지의 말을 던지셨다. 물론 장안의 화제였던 그 아이를 두고 하는 말이셨다. 매우 많은 비율의 10대가 일간베스트 저장소를 함을 생각할 때, 현재 신세대, 10대의 성향으로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붐을 해석해야 할 요구가 있다. 즉 신문 기자들이 이야기하는, 젊은 세대의 쾌락 추구나 ‘대안 우파’ 정치인의 영향, 진보에 대한 피로에 의한 것이라고 난립하는 해석이 아주 의미없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세대의 경향이지 세대 차이라 보기는 애매한 것이, 나도 일간베스트 저장소를 하는 10대에 동조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즉 세대를 ‘X세대’ ‘386세대’, ‘N세대’ 등등으로 묶어 표현하던 시대가 있었어도 그 때는 통일된 의식, 관념이 많이 있었음에 비해 오늘날의 세대만을 보자면 하나로 묶을 특징이 매우 희박해졌음을, 기껏 해봤자 전자문명의 발달로 인한 개인화 등등으로 과거에도 나오던 이야기를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는 느낌의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듯 했다. 즉 과거에는 세대차이로 인정되던 세대 간의 이질감이, 지금은 세대차이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세대차이라는 개념이 어떠한 이유로든 매우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이 존재하는 현재로서는 매우 낡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세대 차이가 낡은 개념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것이 없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는 반복된다기에 수십 년 뒤에는 다시 세대별 특징이 많아지고 세대 차이가 신개념으로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산업 구조 자체의 혁신 ‘특이점’ 이 다가오고 있다고 뉴스에서 나오는 지금에서 미래의 세대가 어떤 양상을 보일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세대 차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은 모두 변함이 없을 것이다. 세대의 지식을 전수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어른에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에서 기술, 생산력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미래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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