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Geon (re-st)

2017 인문학 수업 독후감 - 유럽의 시간을 걷다

[essay] 4 min read

먼 나라 이웃 나라를 통해 본 유럽의 실재, 이 책을 통해 본 유럽의 겉모습

서양과 미국을 동일시하던 한국인들에게 유럽을 가르치는 데 일조한 ‘먼나라 이웃나라’는 유럽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으로 유럽인을 우리 앞에 보여준다. 스테레오타입도 끼어 있지만 유럽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책이다. 1권에서 작가는 유럽의 찬란한 유산을 보고 싶으면 이 책 말고 컬러 책이나 보라고 일갈한다. 유럽의 겉모습만 보고 온 여행자들이 쓴 수박 겉핥기식인 유럽 이해 도서는 쓰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나중에 첫 유럽 여행을 떠날 때 꼭 다시 정독해야겠다고 생각한 만큼 유럽의 예술 사조별 건축의 특징을 매우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원복 교수가 이야기한 ‘컬러 책’에 참 가깝다. 하지만 이원복 교수가 말한 단점도 보완한 만큼 이 책을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마음이 큰데, 그 이유를 요약하자면 유럽의 예술 사조가 우리나라 사람에게 꽤 중요하다는 것과, 유럽 여행에 있어 이런 책이 꼭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 책이 예술 사조 이해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예술 사조는 헬레니즘,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로코코, 신고전주의를 지나 현재는 매우 다양하게 분화했는데, 이 말들을 한 번도 안 들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예술 사조는 유럽의 지배층과 긴밀히 연결되어 (주로 통치와 위엄 과시의 목적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세계사 (그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사)에서 꼭 배우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고급 물건에는 유럽 장인들이 만든 것이 많은데, 자신의 국가의 예술 사조를 수십 년간 배워 온 사람들이 만든 것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관련 지식이 꼭 필요할 것이다. 내가 로마네스크니 고딕이니 하는 말을 여성잡지에서 수박 겉핥기식으로라도 배운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또한 한국인의 경제적 여건이 좋아짐에 따라 유럽 여행 관광객의 수가 늘어나는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당신도 언젠가 떠날 수 있는 유럽 여행에서, 당신이 보고 올 것은 여행 목적에 따라 수요가 다를 것이고, 예를 들어 식도락가의 경우 맛있는 음식도 될 수 있겠지만 누구라도 루브르 박물관, 노트르담 대성당, 콜로세움 등 너무 유명해 꼭 보고 오고 싶은 그림, 조각, 건축물 등을 안 보고 오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림, 조각, 건축물은 모두 예술의 영역이다. 여행 가이드가 건축물에 대해 역사적 지식을 읊어 주는 이유는 미술 사조와 역사가 결부되어 왔다는 아까의 설명과 일맥상통한다. 즉 스스로가 가이드 없이 여행을 하고 싶다거나 가이드의 설명 중에 다른 할 일이 있을 경우에는 이런 책을 읽어 두는 것이 좋다. 유럽 여행을 못 갔더라도 분위기상 여행 경험을 이야기해야 할 경우, 이 책에서 배운 것을 읊어 주면 이야기의 화제가 자연스레 전환될 것은 물론 다른 장점이다.

예술 사조의 이해에 역사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이 에세이에서만 세 번째로 이야기하지만, 역사적 이해만을 중점에 둔 ‘먼 나라 이웃나라’ 같은 책은 예술품 각각에 대한 설명을 할 지면이 없다 (의도적으로 기피한 걸 수도 있겠다). 반면 유럽에 호기심이 생기려 하는 독자에게 예술품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흥미도가 떨어질 것을 만화 연재라는 이점 덕분에 살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유럽 미술을 다루는 다른 책이라면 역사 이야기를 매우 짧게만 다룰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미술 사조별 예술품의 특징을 구구절절히 설명하며 삽화까지 곁들이는 한편 두 예술 사조의 혼합을 기본 틀로 잡고 그 속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시대적 배경을 위한 역사적 설명을 간단히 곁들임으로써 너무 길지 않고, 하지만 왜 그 예술 사조가 탄생했는지를 부실하지 않게 설명해 주는 폭신폭신한 절충안을 내놓는다. 또한 그 시대를 살았던 수도승, 사제, 건축가가 두 문화 집단의 충돌로 빚어진 새로운 예술 사조의 탄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탄생의 주역이 되는지를 가상의 스토리로 중간중간에 삽입함으로써 역사적 배경의 이해를 돕는다. 한 챕터당 한 명의 가상 주인공이 등장하는 걸로 보아 독자가 제국/왕조나 고대/중세/근대 구분법이 아닌 예술 사조의 탄생과 영향을 토대로 머릿속에서 예술 가계도를 만들고 그를 토대로 장(章)을 구분하도록 유도해, 학교에서 배우던 세계사에서 ‘어떤 왕국은 어떤 사조를 받아들여 키워 나갔다’는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예술 사조 중심으로 예술 입장의 유기적 탄생/합체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중세의 끝에 흑사병과 화약의 발명이 큰 역할을 했다는 작가의 주장은 (어차피 중세라는 이름은 약간의 자유도를 가지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웠다. 구텐베르크 활자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토대로 중세의 끝을 설명하는 것은 그로 국민의 삶이 좀 더 자유로워졌다는 서술이라면 흑사병과 화약의 발명은 권력자가 단순히 도시의 영주로 이양된 것 같은 느낌이어서 알고 있던 내용에서 벗어난 시각을 제공해주었다. 또한 르네상스가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 중 일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과, 예술이 국민 모두에게 제공되었다는 ‘개혁’, ‘시대를 앞서간’ 이미지는 거짓이라는 사실도 나에게는 흥미로웠다. 충분한 독서 없이 단편적으로 배운 지식, 한국의 ‘유러피안’ 사조를 겪으며 머릿속에서 짜맞춘 르네상스의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서, 그리고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에서 말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결국 근대에 세계를 제패한 유럽이 자신의 사조를 일본에 전파하고, 일본의 식민 생활과 이후 구미 기업, 문화의 한국 진출로 인해 유럽 사조를 한국이 받아들였다는 (기존의 한국식 건축 양식, 문화가 많이 보존되었다면 여기에 흡수했다는 말을 썼을 것이다) 사실에 기인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자는 주장에는 유럽의 예술 사조를 알면 남의 이해와 나의 이해에 좋은 점이 많기 때문에 이 책으로 문화를 향유하는 즐거움을 알아 보자는 느낌의 주장이 함축되어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먼 나라 이웃나라가 대단한 히트를 거둔 이유와 비슷할지도, 학창 시절에 배부받은 역사 교과서를 미리 읽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내용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역사 공부와 미술 공부는 단순히 재미있다. 유럽의 역사가 문화적으로 접하기 쉽기에 그 재미는 배가 되는 것이다. 또한 체계적인 서술을 고민한 서술자와 그 시도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이렇게 좋은 책이 탄생한 데 감사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역덕’ 들에게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다만 유럽사 덕후들에게 이 책은 그림동화 같은 수준일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단언하지는 못하겠다.

분류:3C2_독서 기록

#Essay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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