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Geon (re-st)

2017 인문학 수업 독후감 - 조선인 60만 노예가 되다

[essay] 3 min read

께름칙하고 잔혹한, 끔찍한 상황과 그 속 소현세자가 배운 지혜

책의 초반 내용은 너무 적나라하고 충격적이라 여기에 다시 적을 말이 없다. 당장 조선 시대만 해도 현재와 사회의 가치관, 생활 환경, 문화가 판이하게 달라 미개한 장면이 연출되곤 하지만, 일견 중학생 때 처음 들은 일제강점기 고문 기록문과 비교해도 될 만한 잔인함, 무력감과 비참함은 그동안 들었던 ‘평범한’ 조선시대 배경 창작 이야기와 비교가 힘들었다. 이 책의 초반부가 일종의 오피니언이었다면 감정적 평가는 잠시 접어두는 게 옳을 수 있지만, 아예 이러한 감정을 받으라고 의도해 쓴 듯한 이야기들 덕에 가슴이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나치게 감정을 부추기는 이야기가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잠시 현실성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전쟁에서 질 때의 처지에 대해 바라보게 되면 이 이야기가 진실이든 허구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무서워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시대별로 구분할 땐 대부분 왕조를 기준으로 삼는다. 교과서에서도 왕조의 흥망성쇠는 꼭 알아야 할 내용으로 짚고 넘어가며, 문제집 요약본에는 무슨 왕이 무슨 제도를 설비했네 하는 이야기만 양 쪽 빼곡이 적혀 있다. 병자호란에서 조선 왕 인조의 삼전도 굴욕이 파생된 만큼 병자호란에 관련해 가장 크게 기억에 남게 되는, 사실 다르게 말하면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삽화까지 써가는 사건도 삼전도 굴욕과 소현세자의 포로 신세일 것이다. 하지만 백성 60만 명이 청나라로 끌려가, 노예로 팔리고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은 고등학교에서 역사 교육을 받았더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적은데, 수업에서 삼전도 굴욕만큼 길고 중요하게 다루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빠르게 넘어가는 이유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소현세자에 묻혀서, 혹은 백성의 일이라 왕과 관련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치욕적이고 답답한 역사여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같은 (전통적) 약소국에게 역사 교육의 큰 의의는 같은 수난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비를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또한 지금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끼여 있는 경멸과 환상 등의 잡티를 어느 정도 바로잡기 위해서는, 직접 조선 백성과 당시 중국의 관계 중 하나인 청의 노예가 된 조선인의 삶을 바라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에 실린 실제 사건 배경의 각색된, 혹은 창조된 이야기들은 조선인의 삶을 바라보기 위한 자료로 알맞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생각된다.

다만 아쉬운 것은, 흔한 반공 서적과 탈북자가 들려주는 ‘북한의 실상 이야기’가 그렇듯이 각색된 이야기는 비록 진실성과 관련해 논란이 없을지언정 잔인한 묘사와 자극적인 (이 책에서는 성적인) 장면이 여과 없이 등장하면서 텁텁하고 께름칙한 뒷맛과 구역질나는 잔혹성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책 중, 선양에 볼모로 간 적이 있는 효종이 무(武)를 강조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는 고등 교과서에 북벌론을 주장한 왕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의 북벌론은 조선의 명에 대한 사대주의적 성격으로 인해 청에 거부감을 가진 것도 원인이 되겠지만, 이를 감안해도 효종 스스로가 군제 개편에까지 관심이 많았던 것을 볼 때 문리적 가치만 중요시하던 조선에서 낭중지추와 같은 시도였다고 생각이 된다. 그의 무(武) 강조는 조선 왕조의 뿌리가 신진 사대부이고 유교적, 문리적 가치로 국가를 다스리게끔 되어 있는 지도층의 구조를 생각할 때 매우 특별한 점이 있다. 또한 효종의 ‘민풍’ 관리에서도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전까지는 죽을 때까지 패는 방식으로 사형을 하던 걸 목을 치는 형벌로 완화(?)시킨 것도 그였다. 사형을 인간적으로 집행하도록 지시한 데는 한때 망국의 세자 격으로 중국에 끌려가 조선으로 돌아올 자유를 박탈당한 대군이었던 경험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죄수의 고통과 억울함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고, 때문에 당시로서는 억울하게 잡혀온 사람이 많을 죄수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마찬가지로, 효종이 무를 강조하는 것도 당연히 조선이 무를 멸시해 병자호란으로 멸망케 되었다는 인식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곱게 자란 ‘온실 속의 화초’ 같은 대부분의 왕이 아니라, 망국의 세자가 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동법의 확대 등을 통해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고 북방 (청)의 선진문물을 배우고, 북벌을 통해 굴욕을 복수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비록 안타까운 역사적 배경이 있었지만, 그를 통해 상류층이 계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록 지금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의 불합리한 면을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발판삼아 혁신의 주체가 될 기회가 늘 존재한다는 생각이 든다.

분류:3C2_독서 기록

#Essay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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