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Geon (re-st)

2017 인문학 수업 독후감 - 축적의 길

[essay] 3 min read

고수를 기르기 위한 한국형 축적 지향 리더십의 개발이 필요한가

‘MADE IN CHINA’는 한동안 질 낮은 싸구려 물건의 보증수표였다. 내가 어릴 때는 중국산 가짜 음식에 대한 정보가 한창 한국인들 입에 오르내릴 때였고 중국산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바닥이 되었다. 그런데 근 몇 년, 샤오미와 알리바바 등 중국의 전자기술/IT 대기업이 등장하면서 중국이 우리나라의 효자 산업을 노리고 치고 들어오는 현상이 일어났다. 샤오미의 보조배터리는 (물론 중국산 전반에 대한 나쁜 인식에 대한 풍자의 의미가 강한 표현이지만) ‘대륙의 실수’ 라고 세간에 놀라움을 전했고, 네이버 뉴스 탭에 ‘중국’이 등장한다거나 중국 투자 붐을 타고 ‘정글만리’라는 소설이 등장하는 등 기업이 뒷받쳐주는 중국 경제의 쾌속 발전이 핫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 중국만이 싸구려 물건의 생산지로 여겨지던 것은 아니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산이라는 꼬리표가 딱 그런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수십 년간 국가의 수출주도형 성장정책을 통해 성장해 온 기업이 브랜드 파워가 한국 라벨(MADE IN KOREA) 순위를 21위까지 올려놨다고 평가받지만, 그 위에 일본과 구미 선진국들이 좌르르 올라 있는 것으로 보아 브랜드 가치로 그들과 경쟁하려면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작년, 서울대학교 경제연구소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매 5년마다 1% 포인트씩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삶이 팍팍해졌다는 소식은 사람에 사람을 타고 ‘헬조선’이라는 패러다임을 낳았고 인터넷을 통한 젊은이 ‘국까’의 난립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한국 수출주도형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을 바라보았고 그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축적의 시간’을 내놓았다. ‘축적의 길’은 그 후속작으로, 선진국, 후에 밝혀지기를 제조업 강국이기도 한 그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선택을 바라보고 우리나라의 제조업이 다시 위대해지기를 위해 조언한다.

저자가 전하는 경제 성장 조언의 핵심은 ‘개념설계’, 즉 밑그림 제작의 능력을 가지고 물건 생산에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라는 것이다. 개념설계를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 제조현장이 꼭 필요하다고 그는 조언한다. 우리나라의 공업단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구미 아닌가? 과연 구미의 현재는 어디 있을까 하고 직접 찾아보니 그 결과는 사뭇 놀라웠다. 베트남의 싼 인건비와 중국시장과의 지리적 이점 때문에, 예전엔 국가산업단지를 바탕으로 대기업의 생산라인들이 위치했던 구미가 큰 침체를 겪고 있다고 한다. 삼성이 베트남에 휴대폰 생산물량 절반을 내어주고, LG가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에 가전제품 생산라인을 지속적으로 신설할 계획을 발표하는 (LG) 상황이 구미의 몰락에 어떤 다른 요인보다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짐짓 생각한다. 사뭇 그 이유가 납득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을 이전하는 건 자본주의적으로 당연한 선택이니까. 하지만 외국에서 공장을 국내로 옮겨 오려는 발상을 하거나 남들이 하는 것대로 베끼기라도 할 때 우리나라는 경제정책의 특수성/고립성 때문인지 눈 앞의 경제적 이득만 믿고 구미 산업을 죽이는 게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또한 ‘시대의 흐름을 타고 빠르게 대응할 기막힌 아이디어를 찾기보다는 많은 아이디어들을 손에 잡히는 혁신의 결과로 잇는 스케일업 과정이 중요하다’ 는 조언도 있었는데, 아이디어를 키워 주는 기관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은 일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아이디어를 키워 주는 것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나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좀 께름칙했다. 사실 책에 쓰인 수많은 예시들은 그걸 정리하는 데 들인 고생이 큰 의미를 가지겠지만, 그로 도출된 결론이 탁상공론은 아닐지언정 세계적 경제 현상의 관찰자의 입장으로 일종의 감상평을 요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찝찝함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축구 경기를 보는 아저씨들이 선수의 결단에 혹평을 가하며 금세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처럼, 외치기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이 책을 읽고 남는다. 이원복 교수는 교양서적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선진국 여행을 책으로 펴내는 이가 많은데, 여행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겉만 보고 원인과 결과를 호도해 봤자 소용이 없고, 확실히 원인이 무엇인지를 엄밀히 밝혀내야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과연 경제 침체와 제조업의 몰락이 축적 지향의 리더십(이나 고수 길러내기)만의 부재 때문일까, 아니면 한국의 특수한 재벌 구조나 특수한 주변국과의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선진국의 사례를 그대로 보고 배우면 뒤처진다고 하면서, 선진국이 개념설계를 하는 모습을 벤치마킹하자는 주장은 책 전체에 걸쳐 진한 뒤끝을 남긴다.

분류:3C2_독서 기록

#Essay  #독후감 

<< Previous Post

|

Next Post >>

← 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