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Geon (re-st)

2017 인문학 수업 독후감 - 우장춘의 마코토

[essay] 3 min read

우장춘 위인전, 한일 관계의 돋보기

위인전의 장점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두 명의 인간의 관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위인전의 서술자와 피서술자, 즉 작가와 위인의 관점이다. 이 책에선 우장춘이 한일 양국을 바라보는 데 있어 주요한 밑거름이 된 한국 근현대사의 개화파 우범선과 우장춘의 환경, 우장춘의 인종과 국적이 그에게 준 의미를 파악하고 작가가 한국인이라는 자신의 특징과 무수한 자료조사를 적극 활용해 ‘우장춘 신화’를 풀어낸다.

우범선, 우장춘의 아버지를 서술하는 유명한 단어로는 ‘명성황후 살인범’ 이 있을 것이다. 일본 자객이 개화파를 대동하고 궁궐 담을 넘어 “내가 조선의 국모다!” 라고 하는 명성황후를 살해하고 시체를 뒤뜰에서 태웠다는 이야기는 그 심한 잔혹/엽기성에도 아이들에게 많이 전달되고 또 어린 나에겐 개화파의 이미지를 일본에 속아 넘어간 귀가 얇은 변절자로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민에게 개화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으라면 꼭 등장할 김옥균, 그가 풍운아라고 불리는 것도 나에겐 이상했고 다만 일본의 악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턱대고 친일을 해버린 인물로 파악할 뿐이었다. 그래서 그땐 개화파란 이름이 빛 좋은 개살구인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근현대사엔 악인으로써의 친일파를 가리는 데 논란이 굉장히 많고 그만큼 그때의 한국은 복잡했다는 걸 깨닫는 시간은 오기 마련이었다. 저자는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이 일어난 배경과 결과를 명성황후, 흥성대원군, 박영효 등의 인물/집단 간 파워 게임, 특히 개화파가 조선을 바꾸어 놓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과 방향을 통해 풀어놓는다. 그의 관점을 통해 본 우범선은 신분으로 인한 좌절을 지녀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 야심가이지, 명성황후 시해를 통해 일본으로부터 떡고물을 받아먹기 위해 노력한 친일파가 아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어린 우장춘에게 그의 아버지는 죄인이 아닌 혁명가로 알려졌을 것이란 추측까지 내놓는다.

우장춘의 삶에 대해서는 한일 관계가 갖는 여러 가지 양상을 가지고 풀어내기도 했다. 당시 조선인을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열등인 대 우등인으로 다루어 우장춘이 입은 특허재산의 피해, 진급의 누락, 멸시와 차별 등등이 우장춘의 삶에 관여한 흔적이 많이 나타나면서 싸움에 져 버린 민족의 슬픔과 불과 몇 세대 전의 일이라는 시간 감각에서 오는 아찔함이 머리를 휘감았다. 그러나 우장춘의 유전학 실험이, 당시의 대세인 우생학을 홍보하기 위한 ‘우수한 벼’ 개발로 가지 않고, 자연에서 벌어지는 교잡을 발견해 식물간의 수평적 관계, 즉 학문적 우생학을 반박하는 ‘상생’을 증거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글에선 ‘아..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와 ‘극적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책에서 우장춘의 연구 결과와 그의 일대기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독자에겐 한 겹 더 탄탄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한편 작가의 관점이 예전에 본 우장춘 평전의 그것과는 다른 점도 부각되었다. 예로 이승만이 우장춘을 보고 처음 한 말 “당신이 우범선의 아들인가?”를 두고, 우장춘이 한국의 원예농업에 힘쓴 것을 ‘고국에 대한 속죄’의 관점으로 풀은 평전에서는 ‘친일파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그를 보는 선입견이 존재했다’라는 식으로 해석한 반면, 이 책에서는 이승만과 우범선과의 관계까지도 조사했기 때문에 이 발언을 이승만이 매우 반갑게 인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우장춘에게 그의 아버지가 가지는 위상을 세밀히 분석했기 때문에 다른 위인전은 밝혀내지 못한, 일견 ‘고국에 대한 속죄’에 가려 보이지 못할 뻔한, 우장춘이 가지고 있는 가치 ‘마코토’를 강조한 것도 특별했다. 연표와 다를 바 없던 위인전을 읽고 우장춘을 기억해야 할 이유를 ‘죄의식을 가지고 고국에 돌아올 줄 아는 의리, 애국자’ 라고 해석했던 나에게 우장춘을 기억해야 할 또 다른 이유, 바로 ‘마코토’를 통해 재능을 한국에 기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추가된 셈이었다.

‘마코토’ 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 풍부한 지식을 얻게 된 것 같다. 퇴계 이황의 사상에서 전파되었다는 이야기부터 한국의 ‘성’과 다른 점, 선과 악에는 무관한 순수성 등등 책에선 열심히 마코토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하지만 오래 설명하진 않고, 책의 말미에만 잠깐 할 뿐이다. 책이 오랫동안 보여주는 것은 우장춘의 순수하게 (묵묵히, 이 부분은 우장춘의 실제 묵묵한 행동 양상과 결부되기도 한다) 학문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열성을 다해 조국의 농업번성이라는 꿈과의 거리를 좁혀 나가는 선배 과학자로서의 모범이다. 이를 통해 과거에는 석주명이, 미래에는 나와 같은 후배 과학자가 (마코토의 개념을 이어 받고) 우장춘을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지금이 된 것이다. 끝으로 위인전의 집필목적이 무엇이냐 하면은, 하나는 위인의 업적을 알리는 것이 되겠지만 그건 아이들이 꼭 읽어야 할 이유가 되진 않을 것이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위인을 본받으라는 것으로 위인전을 아이들에게 읽히는 목적은 주로 이것일 것이다. 이 책은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상세한 집필로 달성함으로써 앞으로 글을 어떻게 써 나가야 할지에 되한 모범도 되었다.

분류:3C2_독서 기록

#Essay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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