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Geon (re-st)

2017 인문학 수업 독후감 - 상류의 탄생

[essay] 4 min read

미국적 상류의 가치와 그들이 만든 찬란한 국가를 보라

책의 내용 대부분은 미국이 가진 상류적 가치와 그 가치를 잇기 위한 그들의 체계를 찾고, 반대로 우리나라 사회에서 반성할 점을 비추어 본다. 현대국가가 되면서 미국의 영향을 깊숙이 받은 우리나라가 미국식 가치를 제대로 이해한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논지로 미국에서 평가가 좋지 않은 한국인의 가치 체계를 꼬집기도 한다. 그리고 국가의 가치관이 상류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을 펼치며 우리나라 상류가 본받을 수 있는 미국의 상류적 마음가짐을 제시한다. 이렇게 한 쪽을 꾸준히 옹호하는 논조를 펼치는 책은 읽는 데 지루하진 않지만 썩 좋아하진 않는데, 나보다 많이 아는 사람이라면 근거를 거미줄 같이 엮으며 한 가지 주장으로 나의 판단체계를 마비시키고 세뇌할 수 있다는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특히 첫 몇 장을 미국 얘기만 주구장창 하며 한국이 지켜 온 상류적 가치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는 대신, 한국 상류의 가치가 미국의 영향을 매우 받았다는 것만 강조하였던 부분이 결정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죽 읽다 보니 선비 사상에 대한 내용이 나오긴 했지만.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단점에도 불구 저자가 지향하는 미국의 상류적 가치에 대해서는 새로 알게 된 유익한 정보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예로 정신적 비범함을 보여 주는 국부의 행동으로 자신의 직책을 담백하게 바꾸고 차가운 이성주의를 미국의 핵심적 이념으로 심어놓는 것이 있어, 권위주의와 이데올로기를 경계하도록 만들어 새로운 정치제도의 좋은 선례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20세기 초반 방탕하던 상류 사회가 경제 대공황을 맞고 겸허해지기 시작해, 루스벨트의 정치이념과 합쳐져 검소하고 예의바른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2차 대전을 견뎌내고 초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 저자가 지양하는 방향을 하나 들자면, 책에서 경쟁주의가 워너비 문화에 빠진 상류를 길러내고 이들은 기존 상류들이 다져놓은 사상에는 무관심으로 응대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능력주의가 뛰어난 사람이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사회를 길러내어 건설적일 것이라는 관념을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은 모교의 사정을 예로 들며 아시안의 극성스러운 overeager 교육열 전반에 워너비 정신, 비주류의 열등감과 조급함이 깔려 있다며 비난하고 미국의 전통적 지배 계층인 WASP의 가문을 통해 상류 계급을 이어받는 제도가 책임 의식과 성공을 의무로 생각하는 시민 정신, 양심을 길러내므로 더 정신적으로 풍성한 사회를 만들고 예로 미국엔 한국의 갑질 문화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며 이런 논지의 말로 은근히 미국의 전통적 물려받는 헤게모니를 옹호했다. 책을 읽으며, 이건 꼭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잘 짜인 사회 시스템을 만든다 하더라도 그 행동과 가치, 규범을 다 정해 놓고 운명이 정해 준 역할만 수행하며 살아간다고 하면 인간 개개인의 자율성이 무시 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반발심이 생기기도 했다.

한편 책의 주 내용을 정리하고 다시 읽으며 가장 감명 깊은 것은 바로 ‘선비 사상’ 에 대한 비판이었다. 한국인의 민족성에 뿌리내린 청빈함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문화가 자본주의와 불화하면서 기존 상류, 즉 사상과 철학을 가진 선비는 살아남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류 교체의 현장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책을 읽은 일주일 뒤의 인문학 수업에서 로마의 ‘시민 군인 농부’ 3부체제를 이야기하며 나왔던, 시민과 군인은 사회를 선도하지만 농부만이 쌀, 즉 부가가치를 생산하므로 상류층이 농부의 일을 가까이 하는 것이 비로소 생산에 몸담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조선은 상류층인 선비가 생산의 주체가 되지 못했기에 국력과 생산력이 약해져, 지금도 이론과 사상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남의 나라의 것을 주워 먹게 된 것처럼 생각이 뻗어나갔다. 문득 책 「아웃라이어」의 ‘아시아인이 더 수학을 잘하는 이유’라는 (비단 인종차별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단원의) 주장이 떠오른다. 자신의 힘으로 쌀을 경작하고 살며 “1년 내내 해뜨기 전에 일어날 수 있다면 어찌 부자가 못 되리.”라는 속담이 나올 정도로 부지런한 개척론자였기 때문에 수학에서도 그만한 끈기를 보여주게 되었다는 얼개의 내용이었다. 이를 생각하면 상류층이 농부의 일을 하는 것이 상류층으로서의 미덕을 길러주는 데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9세기 말까지 농업 국가였던 조선에서, 역대 왕 모두 농업을 장려하긴 했지만 선비가 밭을 간 것은 정약용 대에서나 주요 이론 중 하나로 등장하는 조선에서, 상류층와 농사 사이의 틈은 농사를 직접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근면함과 서민을 이해하는 정신을 포기하게 만든 건 아닌지 비통했다.

결과적으로 책을 통해 미국적 상류의 가치를 인정하고 한국적 상류의 가치에 워너비 문화가 새겨져 있다는 것까지는 인정을 하게 됐다. 또한 지난번 책「탁월한 사유의 시선」과 더불어 워너비 문화로 들어온 문화가 어떤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상류의 정신적 가치와 융화되지 않아 기형적인 약육강식 구조가 초래했다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무언가 뻥 뚫리는 듯한 깨달음이나, 시국에 대한 해결 방안은 전달되지 못해 아쉬웠다. 내 견식이 더 생겨 스스로 이런 문제에 대한 곧은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을 때가 되어야 해결 방안을 볼 수 있다면 매우 아쉬울 것이다.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국의 미국 워너비 문화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분류:3C2_독서 기록

#Essay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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