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Geon/(에세이) 정보보호대학원 세미나를 들으며 2025-01-03

Created Fri, 03 Jan 2025 21:00:00 +0900 Modified Tue, 16 Sep 2025 21:23:14 +0900
1341 Words

Abstract 정보보호대학원 세미나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며 연구와 삶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연구의 관점 확장, 소통과 열정의 감화 효과, 그리고 연구 외적 삶 준비의 중요성 등을 깨달았고, 더불어 조교 활동을 통해 간단한 환경에서도 여러 돌발 상황이 발생함을 깨닫게 되었다.


정보보호대학원 세미나에서 조교 겸 학생으로 한 학기 동안 8명의 연사님과 다양한 주제를 접하며 큰 배움을 얻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멀리 가지 않고 바로 만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었고, 익숙한 연구의 과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가질 기회가 되었다.

첫째, 연구가 사람 중심의 가치를 가져야 함을 깨달았다. 퍼징, 뉴로모픽, 맞춤형 서비스 등 총 3번의 컴퓨터 공학 강연이 있었는데, 연사님은 연구를 단순히 커다란 시스템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완결된 도구로 간주하며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계셨다. 예를 들어, 뉴로모픽 컴퓨팅에서는 뇌의 메모리 기반 학습을 AI로 구현하는 것뿐 아니라, AI로 인간의 사고 체계를 분석해 사회적 편견을 감지하는 데 활용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나 또한 단순히 오류 검출 도구의 일부로써 어떤 입력과 출력을 받는 세부 도구를 만든다고 생각할 게 아닌, 자체적으로 완결되고 사용자 친화적인, 뚜렷한 활용 시나리오를 가지는 도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걸 곱씹을 수 있었다.

둘째, 각 분야 대가들의 소통 능력과 열정이 큰 자극이 되었다. 연사님들은 각자 자신의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었다. 바쁜 일정을 쪼개 대전까지 와 설명하시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을 드러내지 않고, 짧은 시간 내로 압축한 핵심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셨다. 자신의 분야와 무관한 정보보호대학원의 청중을 대상으로 주제를 이해시키고 질문에 철저히 답변하시는 모습은, 바로 옆 자리의 동료에게도 관찰과 계획을 이해시키는데 애먹고 있는 내게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은 방송 출연과 블로그 운영 등으로 이미 종횡무진 바쁜 현직 세무사셨다. 하필이면 화면에 잘 비치지 않는 레이저포인터를 사용하길 예상하고 오신 분이셨다. 레이저포인터를 못 쓰는 상황에서, 그분은 직접 화면의 각 지점을 가리켜 가며 온몸으로 강의하셨다. 그날의 강연은 청중의 반응이 어느 때보다 더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분의 모습에서, 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는 결국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

셋째, 연구 외적인 삶의 준비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 세미나 중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컴퓨터공학 연구쪽보다도, 좋은 단어를 위해 몇 시간씩 고민하신다는 번역가님이나 살면서 세금은 수입 빼기 지출이라는 것은 꼭 기억해 달라는 세무사님의 강연이었다. 사실 난 석사과정동안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에 헤매며 시간에 치였고, 세금, 건강, 소통법 등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두 분의 강연은 연구 외적 역량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주었다. 즉, 연구자도 결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세금, 건강, 소통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함을 돌아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교 일을 하면서, 그간 전혀 갖추지 못했던 돌발상황 대처 능력도 약간은 기르게 된 것 같다. 발표를 위한 기기는 생각보다 잘 고장났고, 주차할 곳 널린 카이스트지만 제대로 계획을 세워놓지 않으면 주차 문제가 발현되곤 했다. 많이 헤매면서, 문제를 미리 예방하고 계획을 세워 놓는 일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외부 인사가 여길 와서, 일을 하고, 돌아가는 길까지 어떤 돌발상황이 있을 수 있는지 이제 약간의 감은 잡히게 되었고, 일하는 센스도 약간은 늘지 않았을까 기대하고 있다.